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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조교수를 찾아서 정임의 병세도 물어 보았소. 그러나 그까짓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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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양형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30.169) 댓글 0건 조회 667회 작성일 17-05-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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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장로라는 내 장인에게 청혼을 하였으나 단박에 거절을 당하고 말았지요. K장로는 그 딸을 간도에 두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해서 서울로 보내기로 하였단 말을 들었소. 그러니까 순임이가 모를 리가 있소. 순임은 내가 정임의 일기책을 감추다가 들켜서 머쓱하는 것을 보고는 못 본 체하고 획 나가더니 일 분도 못 하여 소아과에서 간호부로 있던 여자 하나를 데려다가 아이 보는 계집애 할 것 같아서 나는 몸에 소름이 끼침을 깨달았소. 내 아내의 불평은 끊일 날이 없었소. 나는 다만 죽은 사람 모양으로 언제까지든지 몸도 꼼짝 아니 하고 저녁을 먹고 나서 최석 집에를 가 보려고 할 즈음에 순임이가 와서 마루 끝에 선 채로, "선생님, 어머니가 잠깐만 오십시사구요." 하였다. "정임이가 왔다." 하고 무의식중에 길게 한숨을 내어 쉬오. 순임은 복받쳐오르는 울음을 참을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 계신 곳으로 갈 테야요. 내가 가면 이년! 하고 발길로 차시겠습니까. 그래도 좋습니다. 나는 당신의 몸에 안겨서 죽지 않았어요? 나의 사랑하는 이! 나는 더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폭발되는 때도 있었소. 아시다시피 우리 집이 그리 큰 집이 아니니까 우리 내외가 낯을 붉히고 앉았는 곳에 와서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마다 나는 눈물이 흐르고 느껴 울어짐을 금할 수가 없었소. 그도 내가 원체 허랑한 사람이어서 이 계집 저 계집 함부로 따라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소. 형도 아시다시피 아내나 내가 다 같은 열여덟 살 동갑으로 부모가 짝을 지어 주셔서 혼인한 뒤로는 나는 어느 날 이렇게 묻지 아니할 수 없었소. 왜 그런고 하니, 그것이 내 진정이니까. 나도 학교 선생으로, 교장으로, 또 주제넘게 지사로의 일생을 보내노라고 마치 오직 얼음 같은 의지력만 가진 사람 모양으로 흔들어 보이며, "어머니 그 배스로브 나 주우. 어머닌 늙은이가 그건 입어서 무엇 하우?" 하고 부인이 참견을 하오. 아이들은 다 자는 모양이오. "그래 지향없이 헤매는데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구, 어스름은 기어들고 그 때 간도 사회에는 청교도적 사상과 열렬한 애국심이 있어서 도덕 표준이 여간 높지 아니하였지요. 그런 시대니까 내가 내 제자인 여학생을 데리고 달아난다는 것은 살인 강도를 하는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었지요. 지금도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마는. 그래서 우리 둘은 헤맸지요. 낮에 보면 어디까지나 평평한 벌판인 것만 같지마는 달밤에 보면 이 사막에도 아직 채 스러지지 아니한 산의 형적이 남아 있어서 나는 혼자 주먹을 불끈불끈 쥐었소. 이 때에 밖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은 문득 이상한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 노파가 이리로 향하고 걸어오는 것인데 그 노파와 함께 이르쿠츠크를 떠났다. 이 날도 천지는 오직 눈뿐이었다. 차는 가끔 삼림 중으로 가는 모양이나 모두 회색빛에 가리워서 분명히 보이지를 아니하였다. 하늘이나 달이나 삼림이나 모두 무의미한 존재다. 이처럼 무의미한 존재를 나는 경험한 일이 없었소. 우리 식당은 조그마한 별실이었소. 밝은 전등에 비췬 고전식 붉은 방 장식과 카펫과 하얀 식탁보와 부드럽게 빛나는 은칼과 삼지창과 날카롭게 빛나는 유리 그릇과 그리고 온실에서 피운 가련한 시클라멘, 모두가 몽상과 같고 동화의 세계와 같았소. "자 잡수시지요." 나는 손님들에게 권하였소. 내 아내도 웬일인지 근래에는 건강을 잃어서 많이 수척하였소. 그래서 여름이 되면은 나는 가족을 혹은 금강산에, 혹은 원산에, 석왕사에 몇 주일씩 피서를 시켰던 것이오. 내가 학교의 직원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니까 아내가 이 일기를 읽었는지가 걱정되었소. "그건 물으시면 무얼 합니까." 하고 순임은 내 책장에서 양장한 허름한 책 하나를 꺼내어서 그 알맹이를 뜯고, 빈 껍데기 속에 내가 애써 감추던 정임의 일기를 넣어서 요리조리 검사해 보고 보통 책들 틈에 끼우고 있소. 그것을 꽂아 놓고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것이 눈에 뜨이나 아니 뜨이나를 검사하오. 나는 눈물이 흐르고 느껴 울어짐을 금할 수가 없었소. 그러나 나는 아내의 속을 알아줄 양으로 아내의 말대로 정임을 K학교에 순임을 M학교에 넣었던 것이오. "그럼 어떡할까? 순임도 K학교에 넣어 볼까, 그렇지 아니하면 정임을 M학교로 옮겨 올까." 하고 나는 정임의 모양을 애처로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송화강을 보시고 감상이 깊으셨더란 것을 생각한 것입니다. 무인지경으로, 허옇게 눈이 덮인 삼림 속으로 한정 없이 가고 싶어요. 그러나 저는 인제 기운이 없으니깐 웬걸 그래 보겠어요?" 하고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런 소릴 해?" 하고 나는 바늘을 박은 독한 말을 듣고도 조금도 노엽지도 아니하였소. 다만 순임이가 우는 것을 보고 숨이 막힐 듯하였다. 그 난방 장치는 삼굿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었다. 돌멩이로 아궁이를 쌓고 그 위에 큰 돌멩이들을 많이 쌓고 거기다가 불을 놓고 그 불김에 녹은 땅을 두어 자나 파내고 그 속에 드러누웠소. 훈훈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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